밤10시, 퇴근해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한다.
습기로 끈적끈적한 피부가 말끔해지니 너무 개운하고 좋다. 시원하게 나오는 따뜻한 물줄기를 맞으며 몸을 씼는데
보호하고 있는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모습이 떠올라 많이 미안했다. '나만 이렇게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도 되나? '

돌아갈 집이 있고, 아무렇지 않게 기다리는 가족이 있고, 손잡이를 올리면 따뜻한 물줄기가 하염없이 시원하게 나오는 샤워실에서 오늘도 난, 당연하듯 샤워를 한다.
그낭 자연스럽게 일상적으로 살아간다.
아주 가끔은 이게 뭐냐며 복에 겨운 불만을 토로하며 말이다.
이게 나다. 참 그들에게 죄스럽기까지 하다.

우리가 급하게 마련한 임시 숙소의 딱딱한 대리석 바닥에
얇은 캠핑 메트를 깔고 얇은 담요 한장을 의지하며 쪽잠을 잔다. 아직 온수시설을 마련하지 못하여 좁은 공간에서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한다.
날씨가 더워서 다행이긴 하나, 많이 미안하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여비가 소진되고 갈곳이 없는 난민 신청자들이 내방하여 도움을 청했다.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을 지켜보며 개방하려고 했던
장소를 급하게 개방하기로 결정하여 받아들였다.

당연히 보호해야하지만 일단 개방 시기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 당사자는 물론 타지역 난민지원단체 및 관련 유관기관과 단체에서도 많은 의견이 들어왔다.
또한 다가오는 태풍소식에 피해 상황을 줄여야 하는바, 개방시기를 앞당겼다.

모두가 좋아했다. '슈쿠란'하며 감사를 표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
고마웠다. 능력 없는 우리에게 계속 찾아와 도움을 요청해서~ 많이 미흡한 시설이지만 아무런 말없이 미소를 지우며 사용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지난주 금요일과 토요일, 양일간 우리센터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난민 신청자들을 위한
순회상담을 진행 했다.
첫날 150명 남짓한 예멘인들이 찾아왔다.
그야말로 인산인해 였다. 인권위도 많이 놀랐다.
출도제한 해지, 구직상담, 숙소제공 요청, 의료상담 등이
주를 이루었다.

숙소에 기거하고 있는 친구들은 닭볶음탕과
유사한 요리에 밥을 비벼먹었다.
비빈밥을 큰 양푼에 넣고 모여서 수저로 떠서 먹었다.
옛날 어릴적 생각이 났다.
또한 식빵을 그 국물에 찍어 먹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My brother"하며
식사에 초대했다.

'나의 형제여' !~~~~~~

난민신청을 반대하는 한국 사람들 다수는
이들을 성범죄자로, 가짜 난민으로, 잠재적 범죄자로,
이슬람 혐오 등 으로 낙인한다.

그런데 차가운 바닥에 쪽잠 자는 이들은 미소를 띄우며
나에게! 우리에게! 거리낌 없이 " My brother" 라고 부른다.

나는 나와 다른 이에게 인의적이든 자의적이든
'나의 형제여'라고 부른적이 있는가?

이들에게 "형제여" 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가?

누가 이들의 형제여야 하는가?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지라 다른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본적이 있다.
참 많이 미안했다. 그렇게 밖에 할 수 밖에 없는게!

많은 사람들이 기거하여 음식재료가 금방 없어진다.
감당하기 어렵다. 우리가 요청하지 않았지만
일부 내용을 아시는 기부자들이 기부를 해주셔서
견디어 나간다.

그래도 감사하자.
나의 형제들을 위해서 잘 될거라는
믿음으로 오직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