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제' 하루 17시간 일하고 월급 60만원 받는 원양어선 이주노동자들

       
                               


경향신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걸스카우트회관에서 공익법센터 어필,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재단,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이주어선원 인권침해와 불법어업 실태고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하루 평균 17시간 일하면서도 한 달 임금은 6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판 노예제도’라 불릴 만한 일이 감시망을 벗어난 먼 바다 배 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네트워크) 등은 8일 서울 종로구 걸스카우트빌딩에서 한국 어선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들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를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공익법센터 어필과 환경정의재단이 2016~2019년 한국 원양어선에서 일했던 이주노동자 54명을 인터뷰한 결과가 소개됐다. 2018년 기준 원양어선 선원 5247명 중 3850명(73.3%)이 이주노동자다.

인터뷰에 응한 이주어선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무려 16.9시간이었다. 응답자 대부분(96%)이 하루 12시간 이상 일했고, 절반 이상(57%)이 하루 18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했다. 이들 중 65.5%는 수면시간을 포함한 휴식시간이 6시간 이하라고 증언했다.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이주어선원의 41%는 한 달 임금으로 500달러(약 60만원)도 받지 못한다고 했다. 응답자 중 72%가 출신국가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 드는 비용을 직접 부담했는데, 월급에서 공제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수령액수는 이보다 더 적었다. 한국인어선원의 월급은 2018년 기준 516만원 정도다. 더 큰 차별은 어획물 판매이익을 선원들이 나눠 갖는 생산수당인 ‘보합제’가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인 선장, 부선장, 항해사, 갑판장으로부터 손발이나 둔기로 맞거나 욕설을 듣는 경우는 일상적이었다. 아파도 적절한 치료 없이 쉬지 못한 채 계속 일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거의 모든 선원들이 비싼 이탈보증금을 인력업체에 낸 데다 선장이나 업체에 여권을 압수당해 일을 그만두지 못했다.

네트워크는 이주어선원에 대한 최저임금 차별 철폐와 휴식시간 보장, 여권 압수 관행 근절 등을 촉구했다. 국제연합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UN CESCR)는 2017년 이주어선원 착취를 조사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https://news.zum.com/articles/60639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