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도 노조 설립 가능… 대법, 노동3권 인정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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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주노동자 노조를 합법화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원들이 재판을 마치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기뻐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도 노동조합을 설립해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추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구성된 이주노동자 노조가 “이주 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 최장 미제사건이었으며 소송 제기 10년 만에 최종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을 근로자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노조에 결성·가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의 고용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출입국관리법이 근로자 신분에 따른 노동관계법상의 권리까지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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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다만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노조를 설립하려 하거나 신고를 마친 경우라도 적법 노조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민일영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통해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에 대해 기대할 만한 법률상 이익이 없어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노조는 2005년 4월 노조를 만들고 그해 5월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으나 노동청이 노조 가입 자격이 없는 불법체류자가 포함돼 있다며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자 그해 6월 소송을 냈다. 1심은 불법체류자가 포함됐다면 노조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이주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2015. 6. 26 세계일보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