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그들의 시린 가슴 때문에 우리들의 겨울이 따뜻했다
데스크 승인 2019년 01월 22일 (화) 홍성직 외과의사 | news@jejumaeil.net

박노해 시인의 ‘겨울 사랑’이라는 시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들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온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 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누군가에게 닥친 혹독한 겨울 때문에 지난 한 해 저들이 느끼는 시린 마음을 함께 껴안으며 온기를 같이 나누는 기쁨이 우리 가운데 있었다.

한반도의 변방 제주 땅에 아랍어를 사용 하는 이방인 561 명 이 한꺼번에 몰려온 일은 한반도 500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제주로 몰려 온 후 이들의 입도를 반대하는 이들의 높은 목소리 덕분에 제주가 품은 예멘 친구들의 존재가 전 국가적 이슈가 됐다.

물론 제주를 피난처로 찾아온 나그네들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분명한 것은 졸지에 나타난 이들 덕에 난민이 무엇인지 난민조약 가입국은 무슨 의무가 있고 이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새롭게 배우고 공부하는 기회가 됐다.

전쟁 통 예멘을 떠나 제주에 와서 난민 신청을 한 이들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모아졌다.

급하게 숙식이 가능한 피난처가 만들어졌고 돈이 떨어져 가는 이들에게 일자리가 먼저 주선됐으며 6개월 이상 걸리는 난민 심사 과정도 단축됐다.

제주외국인평화 공동체는 여러 곳에서 보내지고 모아진 기금으로 제주난민지원센터라는 이름의 구호소를 급하게 열어 길바닥에 나앉게 된 난민 신청자들의 숙식을 해결해 줬다.

 늘푸른 교회 이정훈 목사님은 예멘 친구들의 거처를 교회 내에 만들어 이들을 돌봤고, 교회 버스를 손수 운전해 제주를 이들에게 보여주고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일에 앞장 섰다.

성공회 성요한 신부님은 독지가들의 지원을 받아 이들에게 축구화를 신기고 유니품을 입혀 제주 예멘 축구팀을 만들어 코치, 감독, 구단주 역할을 맡아 지역주민과의 경기를 통해 난민 신청자들의 긴장을 풀어 줬고 이들 이방인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줄여 줬다.

그 외에도 난민지원센터 저녁 당직을 자청해 이들과 어울리며 난민을 소재로 노래를 만들어 이들의 존재와 처지를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해 지금은 예멘 친구들에게 ‘아버지’라 불리고 있다.

국악인 하민경씨는 자신의 연습실을 난민 숙소로 선뜻 내 놓았고 이들의 청을 받아 들여 꽃이라는 예멘 말 ‘와르다’란 이름의 예멘 전문 음식점을 열어 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줬을 뿐 아니라 이곳에서 한국인 예멘인이  같이 어울려 서로의 문화를 나누는 상호문화 교류 센터 기능을 잘하고 있다.

중앙 성당 앞 골목쟁이 안 예멘 식당 ‘와르다’ 지금 제주의 뜨거운 장소가 되고 있다.

한국병원 산부인과 과장 제동성 선생님은 제주난민센터 의료지원 팀장을 맡아 이들을 위한 검진 및 치료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자금과 의료진들을 연결해 난민들의 의료 지원을 위해 헌신적인 활동했다.

서사로에 있는 올래 호텔 김우준 사장님은 돈이 떨어져 가는 난민 신청자들에게 염가에 방을 제공했고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호텔 식당을 오픈해 주눅 들어 있는 이들에게 신나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게 해 줬다.

제주 외국인 평화 공동체는  한글 교실, 볍씨 학교 아이들과 함께한 제주 투어 프로그램,  예멘 음식과 한식을 같이 나누는 평화의 밥상, 예멘 아이들이 참여하는 레인보 스쿨, 일자리 상담소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들을 도왔다.

그 외에도 헌옷 이부자리 음식 재료를 들고 난민센터를 찾아오는 개인들로부터 시작해 기 천만원대 이상의 기부금을 내놓는 단체 겨울 파카 신발을 보내준 기업들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답지한 다양한 모습의 도움이 이들의 시린 겨울을 따뜻하게 해줬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제주 입도를 계기로 난민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고 난민조약가입국 국민으로서 가져야 할 난민들에 대한  생각 전환과 함께 국가 시스템을 제대로 만드는 시작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제주매일 홍성직 외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