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6 경향신문 기사

화재현장서 독거노인 구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에 영주권

정대연 기자 입력 2018.12.16. 16:28 수정 2018.12.16. 20:57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90대 독거노인을 구조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한국 영주권을 얻게 됐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를 열어 참석 위원 만장일치로 스리랑카 국적의 니말(39·사진)에게 영주(F-5) 자격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 규정된 ‘국민의 생명 및 재산보호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주 자격을 부여받은 첫 사례다.

니말은 2011년 비전문취업(E-9) 자격으로 한국에 왔다.

지난해 2월 경북 군위군의 한 과수원에서 일하던 중 인근 주택에서 불이 나자 현장에 달려 간 니말은 집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불 속으로 들어가 혼자 살던 90대 여성을 구했다. 구조 과정에서 목, 머리, 손목, 폐 등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3주간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지금도 호흡기 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다.

구조 당시 니말은 체류 기한이 6개월 이상 지나 불법체류 상태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불법체류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니말을 의상자로 인정했다.

의상자는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구하려다 다친 사람으로, 법률이 정한 예우와 지원을 받는다.

니말은 LG복지재단으로부터 외국인 최초로 ‘LG 의인상’도 받았다.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니말이 지속적으로 화상 등을 치료받아야 하는 점을 고려해 불법체류로 인한 범칙금을 면제하고 기타(G-1) 자격으로 체류 자격을 변경했다.

하지만 기타 자격은 취업 활동을 할 수 없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등 안정적인 체류가 어렵다.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실태조사 등을 거쳐서 영주 자격 변경 허가를 추진했다.

영주 자격 변경을 허가한 협의회는 니말이 형사범죄에 연루된 사실이 없고, 타의 귀감이 되는 행동으로 한국 정부로부터 의상자로 인정받았으며, 현재 스리랑카 불교사원에서 종교 활동뿐 아니라 봉사 활동을 적극 수행 중이며, 구조 과정에서 입은 부상을 계속 치료해야 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세계이주민의 날인 18일 오전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니말에 대한 영주 자격 수여식이 열린다. 수여식에는 화재 현장에서 구조된 할머니 가족, 주한스리랑카대사관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